검발드와 퍼른에 관한 메모

2018. 7. 13. 14:09어탐/글

마지막을 앞둔 어드벤쳐 타임’ 속 우랜드는 더 이상 평화롭지 않다초기부터 후기 시즌까지 꾸준히 출연한 리치를 제외하고는 매력과 위엄이 부족한 단발성의 캐릭터가 많았다하지만 어드벤쳐 타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악당의 역할은 중요해졌다악당이 누구냐에 따라 흥미진진한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혹은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과연 후기 시즌의 악당은 어떠한가르네 지자르의 이론을 통해 후기 시즌 악당인 퍼른과 검발드 일당을 살펴보자.

 

1.욕망의 삼각형 이론


퍼른과 검발드은 각각 핀(영웅)과 버블검(지도자)의 자리를 탐한다그들은 원하는 자리는 서로 다르지만 그 자리를 탐내는 원리는 닮아있다그들을 움직이는 원리는 욕망이다문학 평론가 르네 지라르가 정립한 욕망의 삼각형 이론은 욕망하는 개인(주체)은 그 욕망을 부채질하는 중개자(매개체)를 통서 어떤 대상을 욕망한다는 이론이다소설 '돈키호테'를 예시로 들어보자.




돈키호테는 방랑 기사가 되기를 원한다하지만 그의 욕망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책에서 본 전설적인 방랑 기사에 영향을 받았다즉 그는 갑작스레 이상적인 기사도를 실현하고자 한 게 아니라, ‘아마디스라는 이상적인 기사의 표본을 보고 나서 그의 모습을 따라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기사도를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검발드 일당을 욕망의 삼각형 이론으로 보면검발드(주체)가 버블검(매개체객체)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



 


2.검발드


‘Bonnibel Bubblegum’ 에피소드의 초반에 우리는 하나로 화합된 가족의 모습을 보았다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은 한순간에 비극으로 변화한다검발드와 버블검의 발전의 방향성에 대해 갈등을 보이게 되면서 검발드에게 버블검은 반드시 처리해야할 정치적인 적이 된다.


검발드 일당은 마지막 시즌에 제대로 출연했기에 얼굴을 비출 기회가 적었다그렇기에 버블검의 자리를 욕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의 추이를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 ‘치클레인 크런치는 'Pajama War' 'Dark Cloud'에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장면에서 권력욕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걸 버블검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Bonnibel Bubblegum'에는 검발드가 가진 욕망이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다검발드는 자신이 기프트샵 만들 장소로 찜한 땅에 버블검이 호수를 만든 사실을 알게 된다그리고 버블검이 손수 만든 젤리 물고기를 호수에 놓아주면서 검발드는 보니벨을 처리할 속셈을 보인다이 장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우리(주체)는 버블검(객체)이 고기를 놓아주는 모습을 본다처음에는 검발드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하지만 곧 검발드는 우리가 버블검을 봤던 위치에서 그녀를 본다그 결과 객체는 여전히 버블검으로 유지되고그리고 주체는 우리에서 검발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즉 인물들의 시선과 위치로 주체와 객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장면에 또 한 가지 주목할 게 더 있다처음에는 우리는 버블검 한 명만 볼 수 있다하지만 곧 검발드가 화면 안으로 들어옴에 따라 보니벨이 창에 비쳐서 그와 그녀의 상이 하나로 겹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이러한 이미지는 그가 그녀를 자신과 동일한 지위를 가졌다는 생각을 암시한다이 장면은 검발드가 버블검을 해치울 계획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연결되면서 그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표출한다그는 버블검에게 "나는 너와 동등하다."고 말하며 자신과 버블검의 자리가 동등하다고 말한다.





 

3.퍼른


퍼른의 경우는 검발드 보다 갈등이 촘촘하게 발생한다르네 지라르는 주체(퍼른)와 중개자(사이가 가까울수록 대상(영웅)과 중개자(사이의 거리도 마찬가지로 가까워지며 욕망도 더 깊어진다고 말하였다이는 중개자와 주체 사이가 가까워질 경우대상과 중개자를 구분할 수 없게 되고그에 따라 욕망도 그만큼 강렬해진다는 것을 뜻한다검발드 일당은 버블검이 껌을 통해 만들었고퍼른은 한때핀이였다그렇기에 검발드와 퍼른은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은 똑같지만 욕망의 정도는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퍼른이 영웅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하나는 핀으로서 살아가는 길또 다른 하나는 퍼른즉 폭력성을 내포한 풀의 검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핀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그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렇기에 퍼른은 우선 퍼른으로 살아가기로 한다퍼른은 ‘Do No Harm’ 에피소드에서 자신은 핀이 아님을 깨닫고 자신은 퍼른임을 외친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결심은 쉽사리 좌절된다그는 우랜드가 원소화 되었을 때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에 무력함을 느끼고스윗 피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을 자책한다그가 가고자 했던 퍼른으로서의 길은 실패했다괜찮다고지금은 실수해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누군가의 말은 이젠 그에게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퍼른은 이후 간접적으로혹은 직접적으로 그의 자리를 탐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Whisper’에서 핀을 엄지와 검지로 가리는 장면, ‘Three Buckets’에서 그를 가두어 그의 자리를 뺏았기도 하고전투 장면에서는 기독교의 칠종죄 중 질투를 상징하는 뱀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인다또한 ‘Seventeen’과 ‘Gumbaldia’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면서도 핀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등 핀을 질투하는 보인다.






 

4.전향


지자르는 대상과 중개자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욕망이 강렬해지면 주체가 엄청난 고통에 빠지지만그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는 형이상학적 욕망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는 ‘전향(conversion)’이라는 종교적인 개심에 도달한다고 말했다하지만 상대는 어드벤쳐 타임이다우리는 아직 퍼른과 검발드에게 어떠한 결말이 있을지 모른다.  다만 나는 끝하고 발음하면 자연히 입이 웃는 모양이 된다는 어떤 시인의 말처럼 어드벤쳐 타임이 끝이 났을 때자연스럽게 만족의 웃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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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에서야

쓰게 됐네요;;


이 글은 단지 제 생각에 불구하며 

'쟤는 저렇게 생각하는 구나' 정도로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글은 퍼른이라는 캐릭터를 분석하려고 쓰기 시작했던 글이였어요.

퍼른이 나온 에피소드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검발드 일당도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서 써나갔습니다.

어떻게 읽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질문이나 반박은 부족한 저라서 제대로 대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심성껏 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