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은 없었다

2019. 5. 5. 23:58어탐/글

  “너 때가 제일 좋을 때”라는 말은 참 듣기 싫다. 그때도 그때의 걱정이 분명 있었는데 그게 깡그리 무시당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문제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만이 저런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어느 경우에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겪는 문제 중 어떤 것은 해결이 안되지 않는가. 시간이 지난 후에 오히려 심각해지는 문제도 분명 존재한다. ‘어드벤처 타임’에선 유독 그런 문제를 겪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셀린, 쇼코, 버블검 등등 많은 인물들이 어린 나이에 시련을 겪고 나이가 든 후에도 알게 모르게 괴로워한다. 물론 어드벤처타임에 나오는 모든 아이들이 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오직 고통받는 이들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우선 이들은 고독하다. 버섯대전쟁의 여파로 초토화된 땅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이 유일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들이다. 신기한 점은 이들이 형성하는 가족에는 형제자매가 아니라 자신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다. 버블검이 만든 가족은 모두 어른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마셀린 역시 어린 시절에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 역시 자신보다 나이든 사이먼이다. 이러한 아이와 어른의 관계는 어른들의 배신에 의해 지속되지 못한다. 쇼코의 부모는 자식의 팔을 팔고 돌아오지 않았고, 검발드 일당은 버블검을 위협하며 가족에서 적으로 변한다. 헌슨과 사이먼에게 마셀린에게서 떠난다. 결국 모두 혼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 가족은 근원적인 문제가 되어 그들을 괴롭힌다.

  예외적으로 수잔과 프리다만은 가족 관계가 드러나기 보다는 친구 관계가 부각된다. 그들은 서로 가고자 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각자의 생각을 존중해준다는 점에서 앞서 가족과 관계를 맺는 것과 구별된다. 그들은 이해 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친구니까 친구인 셈이다. 수잔은 섬의 일원으로 사람들을 돕고자 하기에 위험할지 모르는 바깥 세상으로 가려는 프리다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친구이기에 수잔은 프리다의 탈출을 돕는다. 하지만 이는 어른에 의해 좌절된다. 그로스 박사는 수잔을 조정해 프리다가 탈출할 수단을 부순다. 마치 수잔과 프리다의 관계 부수는 것처럼 보인다. 어드벤처 타임에서 고통을 겪는 아이들은 아무런 잘못하지 않았다. 단지 어른들의 잘못에 의해 상처받는 존재들이다.

 아이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어탐이 제시하는 답은 역설적이게도 어른이 되는 것이다. 다만 그냥 어른이 아니라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어른이어야 한다. 조력자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도움만으로는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스스로 힘을 길러야만 해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수잔이 프리다에게 사과하는 것도, 버블검이 검발드 일당과 화해를 하는 것도 모두 어른이 된 후에 가능했다.